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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친절했고, 맘다니는 공손했다

중앙일보

2025.11.23 08:04 2025.11.23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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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훌륭한 (뉴욕)시장을 맞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새 시장이 잘 할수록 저 역시 더 기쁠 겁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통령님께 감사한 점은 뉴욕 시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공통된 목적에 이번 만남의 초점을 맞췄다는 것입니다.”(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

21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맘다니 당선인의 첫 만남에서 풍겨나온 ‘기묘한 브로맨스’가 화제다. 서로 “공산주의자” “파시스트”라고 물고 뜯었던 두 사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시종 화기애애했다.

비공개 면담 후 두 사람이 함께 백악관 집무실에 등장하는 장면부터 온기가 돌았다. 집무실 상징인 ‘결단의 책상’ 앞에 앉은 트럼프 대통령은 부드럽고 여유 넘치는 웃음을 보였고, 옆에 선 맘다니 당선인은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은 채 끝까지 ‘공손 모드’를 유지했다.

약 30분간 카메라에 노출된 두 사람과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하이라이트는 맘다니에게 곤혹스런 질문이 던져졌을 때다. 한 기자로부터 “며칠 전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을 독재자라 칭하고 파시스트적 의도가 있다고 비난했다. 철회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맘다니는 “트럼프 대통령과 저 모두 자신의 입장과 견해를 매우 명확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저는 독재자보다 훨씬 심한 말도 들어봤으니 그다지 모욕적이지 않다. 함께 일하다 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다”고 말을 보탰다. 다른 기자가 “둘 사이에 입장과 견해차가 분명하다는 답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파시스트라고 확인하는 것인가”라고 거듭 묻자, 트럼프 대통령이 끼어들며 “괜찮다. ‘예’라고 해도 된다. 나는 상관없다”고 말하며 맘다니 어깨를 가볍게 툭 쳤다.

또 다른 기자가 ‘친환경주의자’를 자처하는 맘다니에게 “왜 기차 대신 비행기를 타고 워싱턴 DC로 이동했느냐”고 묻자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맘다니) 편이 돼 드리겠다. 비행기로 30분이면 가는데 운전하면 훨씬 오래 걸리지 않느냐”고 감쌌다.

맘다니도 덕담으로 분위기를 이어갔다. 맘다니는 “대통령과 협력해 뉴욕 생활비 부담 완화 정책으로 뉴욕시민들에게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미 현지에선 예상 밖 ‘케미’를 보여준 이번 회동이 둘 모두 실리적 계산이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뉴욕의 공공안전과 주거비 부담 등 현안에서 연방정부와 협력이 불가피한 맘다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그의 아이디어 중 상당수는 내 생각과 일치한다. 핵심은 (민주당의 주요 공약인) ‘지출 여력’ (affordability)”이라는 말을 얻어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과는 정치 성향이 180도 다른, 사상 첫 무슬림 뉴욕시장 당선인과 만나 “그가 잘할수록 나도 더 행복하다”고 하는 등 통 큰 협치 지도자 면모를 한껏 부각시켰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맘다니로서는 연방 예산 지원 중단이나 주방위군 투입 등 뉴욕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적어도 당분간은 중단될 거라고 기대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뛰어난 정치적 책략가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짚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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